SKY? VEGA? 절레절레
저는 팬택 스카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베가 레이서였거든요. 처참한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많은 오류, 그리고 느린 사후지원은 팬택에 대한 실망과 함께 후속작들을 쳐다도 안 보게 만들었습니다. 한때 경쟁자였던 갤럭시 S2는 명기로 취급받던 것과 대조되다 보니, 멋진 CF만 보고 베가 레이서를 선택한 제 자신에게 화도 났었죠. 이를 계기로 스마트폰에 깊게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9년만에 다시 손에 쥔 SKY
그런 사연으로 팬택이 2016년에 마지막으로 IM-100을 출시할 때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기업 사정이 전부터 어려웠던 것도 알고 있었고 감정에 호소하는 마케팅도 목격했지만, 결국 아임백 흥행에 실패하고 팬택이 몰락할 때까지도 그냥 '망하나보다' 정도의 감흥뿐이었습니다.
그러다 2020년, 제가 사용중이던 에이수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파손시키고 말았습니다. 당장에 공기계가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 잠시 값싸게 사용할 공기계를 물색하던 중, 스카이 아임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갑 : ???
뭐에 홀렸는지 저도 모르게 중고장터에서 외관 깔끔한 녀석으로 덜컥 구매해버립니다.
2020년에 더 빛나는 디자인
노치, 인덕션 등 최신 스마트폰의 이상한 쪽으로 획일화된 디자인을 보다 아임백을 보면 색다르면서 작품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아임백을 쓰는 동안 주변 지인들이 이쁘다며 기종을 물어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180g 우습게 넘는 요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만지다 130g짜리 아임백을 드니 정말 가볍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아담한 5.15인치는 손에 쏙 들어와 안정적인 그립감을 제공합니다. 몸체는 플라스틱인데, 전혀 싼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LED는 전면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후면까지 넣어줬네요. 독특하면서 이쁩니다.
지금 아임백을 쓴다면?
아임백은 기기-유심 통신사 관계없이 통화/문자가 됩니다. 하지만 통화 품질이 VoLTE가 기능함에도 매끄럽지 않아 아쉽습니다. 문자는 잘 될 땐 잘되다가 간혹 가다 수신이 최소 1분 이상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 인증번호를 입력 못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플래그십이면 모를까, 4년 전 출시 당시에도 보급형 포지션이다보니 2020년에 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스냅드래곤 430과 2GB RAM 조합은 정말 꽝입니다.
기본 탑재된 Chrome으로 겨우 웹서핑합니다. 가벼운 서드파티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좀 낫습니다만, 그래도 리소스가 많은 사이트는 버겁습니다. 앱 2~3개 멀티태스킹은 어찌어찌 가능한데, 그 이상은 아주 높은 확률로 리프레시됩니다. 이렇다보니 무슨 안드로이드 기기를 쓰든 전화/메시지/갤러리/키보드 등, 시스템 앱을 서드파티 앱으로 대체해서 쓰던 제 취향은 아임백에서는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외에도 백그라운드에서 램을 상당히 잡아먹는 앱은 피하셔야 합니다.
배터리는 밝기 60~70%. LTE 켜짐 환경에서 웹서핑 위주로 사용 시 화면 켜짐 4~5시간 정도가 나옵니다. 3,000mAh임을 감안하였을 때 훌륭합니다. 다만 충전은 5V 1.8A 번들 충전기로 완충까지 대략 3시간 소요됩니다.
UI나 기능은 마음에 듭니다. 비록 Flux UI 4.0가 이전 버전의 단점을 계승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적당한 심플함과 개성의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기능적으로는 스카이 특유의 커스터마이징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꾸며보는 재미에 아임백 사용 초기에는 심심할 일이 없었습니다.
DAC 미탑재임을 고려하였을 때 음질은 나쁘지 않습니다. 휠키는 처음 만졌을 땐 신기했지만 그 느낌은 금방 가시고 오히려 불편하다고 생각됩니다. 심지어 부품 노화로 반응이 둔해지거나 씹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가급적 휠 사용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되지 못한 작품
2016년에 출시된 중급형 스마트폰의 한계를 2020년에 와서 따지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당시 제가 아임백을 구매했어도 2020년의 저와 생각이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제품은 보급형에 가깝게 기획된 것부터가 예견된 실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임백 개발 당시 자금 문제 등 회사 사정으로 그랬다는데, 만약 플래그십 사양이라면 걸작 평가를 받았을까요? 만약에라는 말만큼 미련한 말이 없지만 상상해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현재 스카이는 모 기업에 인수되어 ODM 수입판매에 쓰이는 리마킹용 브랜드로 전락했습니다. 인수 후 출시하려던 스카이 원도 개발 중 취소된 것으로 보아 사망 선고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제껏 몰락한 스마트폰 브랜드 중 다시 치고 올라오는 경우는 없었죠.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스카이가 언젠가 다시 I'm back을 외치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이 리뷰는 작성자 본인의 사비로 구매한 제품을 이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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